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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 Richard Garriott / Origin Systems
  • 리뷰 플랫폼: IBM PC / DOS / GOG.com
  • 발매년도: 1987년(DOS 버전 기준 – 원작은 1981년)
  • 장르: RPG

울티마 시리즈를 알게 된 건 아마 1992년 즈음, 월간 마이컴의 게임 소개 꼭지를 통해서 나온 울티마 7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른바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임에 대해 약간의 흥미가 있었던 것도 잠시. 당시 중산층 초등학생 신분에 꿈 조차도 꾸기 힘든 가격대의 고성능 PC 를 필요로 했던 (악랄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금세 관심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울티마 시리즈. 명작, 북미의 3대 RPG 게임, 게이머라면 필히 해봐야 하는, 인생작 같은 온갖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나와는 지독하게도 인연이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내 인생에서 제일 처음 만난게 울티마 온라인이었을 정도로. 만인이 알다시피 이후 울티마 시리즈는 황혼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급변하는 게임 산업 판도 내에서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명작 시리즈는 막상 내가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즈음 그렇게 전설이 되어 사라져갔다.

전설이 되어버린 시리즈란게 그렇다. 매니아들과의 대화를 하든, 게임 개발 업계에서 이야기를 하든 울티마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나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매우 자주 나오는 소재 중 하나였다. 한 번도 직접 해보진 않았어도 잡지를 통해 얻은 지식을 통해 이야기에 참여 할 수는 있었지만, 항상 뭔가 “캥기는” 느낌이 없진 않았다. 그래서 더욱 더 “언젠가 죽기전에는 해봐야 할텐데” 같은 강박관념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티마 시리즈의 첫 작품을 이제야 하게 된 이유는 별 것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최신의 게임들을 즐길 시간을 빼는 것도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0년 된 게임을 해보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그나마 가장 큰 난관인 “정식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게임 유통이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손쉬운 일이 되었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 된 것은 아니다. 40년이 지나는 동안 게임 디자인과 메커니즘은 매우 눈부신 발전을 거쳐왔으며, 이는 울티마를 비롯한 옛 고전 게임들을 지금의 입장에서 즐기는데 매우 큰 방해물이 된다 – 불편한 UX 는 둘째 치더라도, 최대 10레벨에 레벨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가 1,000 로 고정 되어 있는 직선형 성장 곡선, 반복적인 퀘스트 수행을 강요하는 캐릭터 성장 시스템, 지금은 꿈조차 꿀 수 없는 판타지와 SF의 하이브리드 스토리 같은 요소는 지금의 기준에서 생각하면 “이게 진짜 명작이었다고요?” 라고 반문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험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강박의 동기는 캥기는 구석 같이 애매하게 시작했지만, 매우 오랫동안 묵혀둔 숙제를 해결했다는 개운함은 분명 “일부” 있었으니까 – 일부인 이유는 나머지 울티마 시리즈가 아직 GOG와 Origin 라이브러리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뭐,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언젠가는 나머지 숙제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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