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은 나의 게임 개발 경력이 변화하는 분기점 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길었던 인디 게임 개발 활동을 접으면서, 그때까지 메인 커리어였던 게임 디자인 Video Game Design 을 뒤로 하고 굳이 개발 PM Game Development Project Manager 를 메인 커리어로 전환 했던 건 몇 가지 판단에 의해서다.
- 모바일 MMORPG 개발과 관련한 게임 디자이너 역할을 하기에는 인디 게임 개발 및 그간의 경력은 그다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자기 인정이 아니라, 서류 상으로 남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 평가가 주관적이고, 구인하는 스튜디오와의 합이 중요한 게임 디자인 보다, 개발 PM 직군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요구하는 부분이 명확하다 생각했다.
- 긴 경력 기간 동안 대부분 Main Title: 게임 디자이너 / Sub Title: 개발 PM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개발 PM 역할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국내 게임 디자이너 중에 이슈 트래커를 직접 설치해서 테스트 해보고, (엉성하게라도) 초기 CI/CD를 구축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인디든 트리플 A 게임이든, 내 게임을 만든다는 고민은 자연스럽게 개발 프로덕트 파이프라인 최적화를 항상 신경쓰게 만든다.
- 위의 이유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게임 제작과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달리 이야기 하면 고집)이 생겼고, 이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1
- 마지막으로, 당시는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내 자신의 실력에 대해 회의가 충만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상반기에 팀에서 나온 이후, 다음 회사에 취직하기 까지 무려 1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 되었다. 물론 중간에 여러가지 단기 계약직 업무, 컨설턴트 업무, 그밖에 게임 관련 지인의 업무를 도와주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그 기간이 심리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당시 취업 시장에서 나의 약점은 분명했다.
- 지나치게 긴 인디 게임 개발 경력 – 게다가 당시에는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았다.
- 당시 개발 주류였던 모바일 MMORPG,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 대한 경력 미비.
- 2020년 기준 게임 대기업들은 PC 및 Steam 게임에 이제 조금씩 관심을 가지던 시기.
- 게임 업계 기준 적지 않은 연차.
위의 약점은 사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해결하는 건 깔끔하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약점을 다른 방향에서 커버하기 위해 비대칭 전략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 당시 가장 대중화 되어 있던, Unity Engine 사용 경험을 획득하기 위해, 엔진 독학과 습작 게임 개발 및 대중 공개(GOTYS).
- 일부 게임에 대한 Google Play Store 출시 경험을 진행하여 모바일 게임 유통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높임.
- 개발한 습작 게임에 대한 국내 게임 심의 프로세스 진행 및 과정에 대한 내용을 블로그에 공개.
- 블로그에 그동안 묵혀왔던 게임 개발과 관련한 글을 작성하여 지속 공개.
- 각종 게임 개발 관련 모임에 참석.
- 게임 개발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분야(예를 들어 게이미피케이션이나 XR 같은)의 프로젝트에 대한 업무에 참여.
- 비디오 게임에 대한 애정을 증명하기 위한 유튜브 채널(Homemade Studio) 제작 및 컨텐츠 제작.
이러한 노력이 2020년 취업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정량화 된 데이터는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사실 대부분의 컨텐츠는 SNS 지인 위주의 배포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는 지인의 추천을 통해 나타났지만, 이런 활동을 안했다면 지인들 마저 거들떠보지 않았을게 뻔했기 때문에, 위 활동은 분명히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론이지만, 이 시기의 활동에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 게임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을 등한시 한 것. 변명을 하자면 좀 길긴 하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였다.
- 심리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에 자신감이 심하게 결여되어 있는 시기였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 때는 게임 디자이너를 때려칠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3년간 개발 PM 으로 현직에 있으면서 지금은 오히려 아직 게임 디자이너로서 좀 더 활동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 당시에는 한국형 MMORPG 를 기획하는 일에 심리적인 저항감이 있었다 – 싫어하는 것을 잘 할 수 있을까? 같은 스스로의 회의도 있었고.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무직 기간이 그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
물론, 내 이력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나의 인디 게임 경력과 모순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명확하게 머릿속에 각인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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